칼국수가 다 거기서 거기라고? 그런생각 넣어둬 넣어둬. 괜히 전문점이 따로 있는 게 아니더이다.
도희네 칼국수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중산간서로 1957 09:00-16:00 (15:30 라스트오더, 매주 수요일 휴무)
사실 이곳을 저장해둔지는 좀 되었다. 맛잘알 도민분이 자기믿고 가보라고 한 글을 봤었는데 지도에 저장만해두고 몇번이나 제주에 오는 동안에도 후순위로 자꾸 밀렸음. 뭐 이유야 여러가지지만 그 중 하나는 칼국수를 굳이 여행와서까지 먹어야 하나 싶었기 때문도 있다. 사실 그렇지 않나 집밥 해먹는 분들은 칼국수는 그냥 간단한 음식인 것을.(아, 물론 시판 면 탈탈 넣고 육수코인 버프 받아서 대충끓인다는 가정하에 입니다)
그러다 이번에 션이 제주우주항공박물관에 꽂히면서 드디어 오게되었다.(딴 말인데 만 3세 넘었으면 우주항공박물관 꼭 가보십셔. 알차고 저렴하고 아주 훌륭함.)
위치는 안덕의 많은 가게가 그렇듯 생뚱 맞은 데 있다. 차타고 가다가 읭? 여기라고? 싶으면 거기가 맞다.
사장님의 섬세한 디피.... 진짜 낙옆인듯..
작년에 리모델링 하신 듯 하던데 가게는 매우 깔끔하다. 다 테이블이고 군더더기 없음.
메뉴는 저렇게 있는데 가격이 나온 걸 안적어 왔네.
그래서 사장님이 직접 올리신 메뉴판 주워옴. (출처: 사장님 네이버 이미지메뉴). 칼국수만 생각하면 좀 비싼가 싶다가도 곰탕종류 보면 또 저렴한 듯 싶으니 그냥 적당하다고 하자.
밥 빨리 안줘서 화난자와 화난자가 귀여운 자.
이모티콘이지만 실제로도 저 표정. 극T인데 1,2호에게만 친절.
원산지 표기가 재미있어서 찍어둠. 저런 내용이 재미진 걸 보면 난 천상 아재개그 취향이다. 고추가루에서 느껴지는 어쩔 수없는 글로벌 시대.
메뉴는 세 가지 시켰음. 매생이칼국수, 얼큰칼국수, 그리고 아이들 먹일 닭곰탕. 메밀전까지 처음부터 시키려고 했으나 사장님이 양이 많으니 그냥 드셔도 충분할거라고 하길래 일단 꼬리 내리고 이만큼만 시킴. 우리애들 1인분씩은 먹을거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쨔란! 국물이 엄청 진했던 닭곰탕. 술 안먹어도 으어소리 절로 나오는 맛이더라. 국밥파 따님이 아주 코를 박고 먹더라. 물만 더 타서 먹임. (칼칼한게 있으면 빼달라고 했는지가 확실치 않네;)
보기만해도 입천장 데일 듯한 생생한 현장.
다음으로 나온 매생이 칼국수. 이 집에서 매생이 좋아하는 건 나밖에 없어서 (특이사항: 호불호 갈리는 거의 대다수의 음식이 호임) 그냥 일반 닭칼국수 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어차피 집에가면 또 애들때문에 먹고 싶은 메뉴 못고르는거 여행에서나 좋아하는 거 먹으라고 해주는 극T의 애정인지 팩폭인지에 설득되어서 매생이 골랐음.
와, 근데 이거였다. 여러분 여기에 오면 매생이를 시켜야 합니다. 비린내야 당연히 안나고 먹어본 매생이 요리 중에서도 칼국수 중에서도 원탑이었음. 진한 닭육수를 매생이가 술술 넘겨주는데 그렇다고 개운한 맛이 없지도 않았다. 고기육수인데 덕분에 해물육수같은 맛도 나고 아주 완벽한 조합이었다.
평소 매생이라면 취급도 안하는 극어린이 입맛님이 한 입 먹더니 정신 없이 앞접시로 옮기더라. 평소 식성을 보건데 이건 정말 확신의 맛이라는 말이다.
원래 으른맛 좋아하는 나는 말해 뭐하나. 그저 맛있다는 말밖에 안나오더라. 내가 대충 코인육수로 끓인 맛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지였다. 오점 만점에 십점 드리겠습니다.
탬은 매운 칼국수. 닭육수 베이스라 그런지 맑고 시원한 국물 보다는 진득한 국물이었다. 그러나 그 국물이 일품이었다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이 안 매웠다. 칼칼하긴 하지만 맵찔이 기준 충분히 허용할 수 있는 정도의 매움이었음.
아, 그리고 여기 김치가 좀 특이하게 맛있었다. 평소에 먹는 칼국수집 겉절이랑은 맛이 묘하게 다르고 처음 먹어보는 스타일의 김치였음. 제주 전통김치맛은 그런건가? 슴슴한 듯 하면서도 또 손은 가고 참 신기한 맛이었다.
그리고 이 김치는 또 메밀전과 먹어야 그렇게 맛있다네.
네, 그래서 시켰습니다. 그 메밀전. 메밀향이 정말 코에서 춤을 추는 메밀전. 완전히 취향저격이었다. 이건 김치랑 함께 싸먹으면 신세계를 맛 볼 수 있음. 다만 워낙에 메밀향이 강하고 전 자체는 슴슴해서 호불호가 많이 갈릴 듯한 맛이다. 건강한 음식, 으른 음식 좋아하는 사람이면 꼭 시키시고 나는 초딩입맛이다 싶으면 참으세요.
사장님이 분명 양 많다고 걱정하셨는데 에이 무슨 말씀을요 결국 다 먹고 나왔습니다.
아, 참고로 사장님이 매우 유쾌하심. 여장부 스타일 사장님이셨는데 매력이 팡팡 넘치심. 칼국수 주문하면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 드리겠다고 하는데 진심이 묻어난다. 먹으면서도 기분 좋았음.
도민맛집답게 그 애매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식사시간이 되자 도민분들이 끊임없이 오더라.
하긴 나같아도 집 근처에 있었으면 무조건 주 1회였다.
오설록, 뽀로로타요앤테마파크, 신화월드, 우주항공 박물관 등등 오면 다른데 가지 말고 여기서 식사하십셔.
이거 먹고 망고 빙수 먹으러 가면 끝내주는 코스임. ( 근처 망고빙수 포스팅 보기 → <제주맛집> 애플망고 1947 - 신라는 못가도 망빙은 못잃지)
아참, 점심만 가능하니 영업시간 잘 봐야한다.
더불어 아가의자나 식기는 없어서 쪼꼬미들은 키높이 방석 필수로 챙겨오시길.
<도희네 칼국수>
○ 베스트메뉴: 매생이칼국수(매생이 싫어하는 사람도 반하게 만든 맛)
○ 재방문의사: ★★★★★ (모든걸 맛으로 덮을 수 있다)
"아기랑 가기 괜찮을까?"
○ 아기의자: 없음
○ 아기식기: 없음
○ 아기랑 편의 시설: 따로 없음.
○ 아기랑 별점: ★★★☆ (아기를 위한 편의는 없지만 가게가 깨끗하고 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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